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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야 한다 -1-

정신을 차려보니, 모든게 엉망이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너무 많이 늙어버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상상했던 나도 아니고, 행복한 상황도 아니고, 엄청난 부자가 된 것도 아니다.

 

이 무력감, 스트레스의 근원지는 어딘가. 

 

주로 일 때문인 것 같다. 흔해빠진 원인이다.

 

대한민국에 좋아서 즐거워서 일하는 사람은 몇안될 것 같지만. 

 

요즘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유독 싫다.

 

지금의 직업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뭔가 달라질 것 같아서. 

 

달라졌냐고? 아니 전혀. 남들 보기에 그럴싸해보일뿐. 오히려 더 고통스러워진 것 같다. 

 

돈을 적게 번다고는 하기 어렵다. 하지만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재미는 더럽게 없다.

 

어떻게 이딴 걸 평생 직업으로 삼고 사는지 이해가 안된다. 

 

나란 놈은 이런거에 재미를 느낀다거나, 오랜시간 동안 버티면서 하는 사람들과는 종자가 다른 것 같다. 

 

한때는 내가 뭔가 잘못됐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결국 한번뿐인 내 인생인데 남들 기준 따위에 눈치보고 내 인생을 맞춰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럴 필요도 없고.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그 많은 시간과 노력들을 투자했는가? 누구를 위해 내 인생을 마구 써버렸나?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뭔가. 노바소닉의 노래가 절절하게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그냥 하루하루 넘기기 급급했고, 순간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눈치보며 살아왔다.

 

정신없이 하루하루 버티다 문득 뒤돌아보니, 내안을 들여다보니 아무것도 없다. 

 

 

 

뭔가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지만, 

 

뭘하고 싶은지, 내가 뭘 잘하는지, 무얼해야 내가 즐거운지 알 수 없다. 

 

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쉬고 싶다. 

 

그냥 부자가 되고 싶다? 일하지 않고 놀고 먹고 싶다? 그정도. 

 

 

 

현재 가장 큰 불행의 원인은 내가 좋아하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엮이고 싫은 사람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꾸역꾸역 엄청난 긴 시간을 버텨가며 직장을 얻고, 꾸역꾸역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아무런 의미나 보람도 느껴지지 않는다. 

 

고통일 뿐. 

 

다들 그렇게 산다고? 나는 이제 너나 그렇게 살아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른 사람 생각따위는 이제 신경쓰고 싶지 않다. 그동안 너무 신경쓰고 살았다.

 

그럴싸한 학벌, 그럴싸한 직업. 

 

솔직한 욕구들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대면서,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위험하면 겁쟁이처럼 움츠러들면서,

 

정작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거 꼴리는대로 살았어야 됐는데.

 

그냥 내가 맘편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싶다.

 

이제는 나에게 솔직하게 살고 싶다.  

 

이런 욕구만이 남아있다.

 

그동안의 삶에 대한 혐오스러운 분노와 함께. 

 

너무 늦었지만, 내가 누구인지 뭘 원하는지 진짜 내 깊은 곳에는 뭐가 있는지 알고 싶다. 

 

나를 찾고 싶다.